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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수첩
 
작성자 평화와생명
작성일 2015-01-26 10:22
ㆍ조회: 2573  
북한산 유기견을 위하여

모TV방송 프로그램에서 북한산 유기견과 관련된 방송을 준비하고 있다며 출연 섭외가 들어와서 촬영 현장을 다녀왔다. 촬영은 북한산 선림사 주변과 불광사 주변에서 북한산 국립공원 관리공단 직원과 동행하여 이루어졌다.

북한산 불광사 입구
북한산 불광사 입구
 
북한산 국립공원 관리공단에서 설치한 포획틀
북한산 유기견들이 자주 나타나는 지역을 설명해주고 있는 관리공단 직원
멀어서 잘 보이지 않지만 계곡 건너편 중앙 부근 바위에 3~4마리의 유기견들이 있다.
위 사진의 중앙 부위를 확대한 사진. 3마리의 유기견들이 보인다.
바위 굴이 여러 개 형성된 곳이 있었는데 이 곳에 유기견들이 거주한다고 관리공단 직원은 설명했다
유기견들의 배설물들
이 날 바위 틈에서 돌아다니는 강아지 한 마리를 발견했다
어미 개가 주변을 서성거리고 있었다

이 날 촬영 인터뷰는 주로 북한산 유기견으로 인해 발생되는 문제점들에 대하여 관리공단 직원과 이루어졌고 나는 개의 상태에 대해 몇 가지 물어보는 것으로 진행되었다. 사실 촬영 전날 어떤 내용으로 인터뷰가 진행될 것이라는 질문지를 받았다. 질문지의 내용은 광견병이나 피부병과 같이 유기견으로부터 사람에게 옮겨질 수 있는 질병들이 무엇이 있는가 하는 것들이었다. 이러한 내용을 왜 굳이 나를 섭외하여 물어보는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서울에는 동물병원을 개원하고 있는 수의사들도 많고 이런 내용을 물어볼 수 있는 수의사도 적지 않을텐데 말이다.

개에게서 사람에게로 옮겨질 수 있는 인수공통질병은 여러 가지가 있다. 그 중에는 사람들에게 치명적인 상태를 야기하는 질병들도 있다. 그러한 질병에 대한 이야기를 방송에 나가서 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사람들은 그 방송을 보고 ‘어느 수의사가 그러는데 유기견에게 물리면 이런 저런 심각한 병에 걸릴 수도 있데’라는 생각을 갖게 될 것이다. 그러면 그러한 생각들은 유기견은 위험한 동물들이고 사람의 안전을 위해서 반드시 없애버려야 한다는 생각을 강화시키게 된다. 그게 방송의 힘이다. 그래서 유기견에 대하여 부정적인 이미지를 줄 수 있는 인터뷰는 하지 않겠다고 하였다. 그리고 지금 우리가 고민해야 할 것은 다른 생명들과 불편하더라도 어떻게 더불어 살 것인지를 고민해야 할 때라며 그런 쪽으로 방송 방향이 맞추어졌으면 좋겠다고 이야기를 했다. 그런 의견이 얼마나 반영되었는지는 알 수가 없다.

북한산 유기견과 관련된 뉴스는 대부분의 언론들이 한 번씩 다루었다. 인터넷에서 ‘북한산 유기견’을 검색해보면 비슷비슷한 내용을 담은 뉴스들이 차고 넘친다. 유기견에 대해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있는 나를 섭외한다고 하기에 기존 방송과 다른 시각에서 북한산 유기견을 다루고자 하는 방송을 준비하는 줄 알았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미 차고 넘치는 기사를 굳이 나를 섭외하여 촬영할 일이 없지 않겠는가. 그런데 촬영이 진행되는 것을 보니 비슷한 내용의 방송이 하나 더 만들어질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인터뷰는 주로 관리공단 직원과 이루어졌고 관리공단 직원은 등산객의 안전이나 생태계 파괴와 같은 이유를 들어 유기견을 없애야 한다고 이야기하였다. 동행한 수의사는 유기견의 상태에 대한 수의학적인 양념을 가미하는 정도였다. 그런데 나는 북한산 유기견을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처리하는 것에 대하여 반대 한다. 북한산 유기견 촬영 현장까지 다녀온 김에 지금 북한산 유기견을 다루는 방식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살펴본다.

북한산 유기견을 없애려는 이유

먼저 북한산 유기견을 없애야 한다는 주장을 살펴보자. 북한산 유기견을 없애야 한다는 주장의 근거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등산객의 안전을 위해서고 다른 하나는 북한산 생태계의 보전을 위해서다.


북한산 유기견과 관련된 기사를 검색해보면 제목부터가 대부분 북한산 유기견에 대하여 ‘등산객 위협하는 북한산 유기견 포획’, ‘북한산 무법자... 들개가 된 유기견을 잡아라’, ‘북한산 들개의 습격’, ‘유기견의 위협’과 같이 매우 자극적인 제목으로 작성되어져 있다. 이 날 촬영한 프로그램도 『반려견의 역습, 들개가 된 공포의 유기견』이라는 제목으로 방영되었다. 듣기만 해도 섬뜩한 제목이다. 뉴스들은 한 결 같이 등산객이 위협을 느꼈고 불안감을 느낀다고 말한다. 직접적인 위해말고도 유기견들이 계곡물을 마시고, 몸을 담그고 하는 과정에서 사람들이 마시는 약수까지 오염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까지도 제기하고 있다.

또 하나는 북한산에 유입되는 유기견이 늘어나면서 다람쥐 같은 설치류나 새, 작은 포유류를 잡아먹고 있으며, 이들의 산란을 방해하여 북한산 생태계를 파괴한다고 한다. 그리고 당장 개떼들로 인한 생태계 교란이 크게 나타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예측할 수 없는 위험을 사전에 막기 위해서라도 개떼들을 북한산에서 몰아내는 것이 타당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의 '도입종 및 침입종에 의한 생태계 다양성 상실을 방지하기 위한 지침(IUCN information paper, 2000)' 에 나오는 ‘대부분의 도입종이 토착 생물의 다양성에 끼치는 영향은 예측할 수가 없음으로, 모든 생물종의 의도된 도입과 무의식적인 도입을 막거나 확인하는 노력들은 예방적 차원에서 수행되어야 한다. 또한 도입종이 해가 없다는 합리적인 사실이 없다면, 모든 도입종은 해로울 것으로 간주하여야 한다’를 근거로 그러한 주장이 옳다고 한다. (SBS뉴스 2012.03.30. [취재파일] 북한산 유기견이 불쌍하다?) 이러한 주장들을 하나하나 살펴보자.

유기견은 사람을 위협하는가?

먼저 북한산 유기견을 없애야 한다는 첫 번째 이유인 유기견들이 등산객의 안전을 위협한다는 부분을 살펴보자. 북한산 유기견들이 등산객을 위협하고 있는가? 북한산 유기견과 관련된 기사를 검색해보면 천편일률적으로 유기견들이 등산객을 위협한다고 되어 있다. 정말로 유기견들이 등산객을 위협하는 것일까? 산을 오르면서 몇몇 사람들에게 유기견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어보았다. 의견은 둘로 나뉘어진다. 한쪽의 의견은 등산길에서 유기견 무리를 만나면 오싹해진다며 위협을 느꼈다고 한다. 그에 비해서 다른 사람들은 유기견들이 오면 먹을 것을 좀 주면 물고 가는데, 다 배 고파서 그러는 건데 그런 거를 왜 없애려고 하는지 모르겠다고 한다. 또 어떤 분은 어느 아주머니가 유기견들 중 친하게 지내는 개가 있는데 그 개가 잡혀가면 무척 슬퍼할 거라고 하였다. 유기견들이 등산객을 위협하느냐는 질문에 대하여 사람들마다 대답이 달랐다.

유기견들이 사람을 위협하는가에 대한 생각은 매우 주관적이다. 유기견들이 사람을 위협하는지는 객관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이웃에 험상 굳게 생긴 사람이 있다. 그 사람은 아무런 행위도 하지 않았는데 내가 그로부터 위협을 느꼈다며 그 사람을 사회와 격리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면 그것이 바람직한 일일까? 유기견들이 사람을 위협한다는 언론의 이야기를 들으면 서부 개척시대의 인디언이 생각난다. 당시 서부개척시대의 기록을 살펴보면 인디언들이 마을을 습격하여 파괴하고 약탈을 했다는 기사들이 자주 등장한다. 또 존 포드의 『역마차』(1939)나 『수색자』(1956)를 비롯한 수많은 서부개척시대의 영화에는 인디언들이 마을을 습격하고 약탈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런 영화를 보던 어린 시절 나는 정말로 인디언들은 무법자이고 약탈자라고 생각을 했다. 하지만 서부개척시대의 역사를 알게 되면서 인디언들이 약탈자들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인디언들은 인구의 90%까지 살육 당하고 그들이 살던 지역에서 쫓겨난 피해자들 이었다. 하지만 미국의 주류 언론이나 메스미디어는 그들을 가해자로 왜곡시켰다. 오늘날 인류의 야생동물에 대하는 태도 또한 이와 다를 것이 없다. 얼마 전 세계야생동물기금협회(WWF)에서 발표한 ‘살아있는 지구’ 보고서에 의하면 1970년부터 2010년까지 육지와 바다, 강에서 서식하는 야생동물 3038종, 1만 여 개체를 추적 조사한 결과 야생동물의 52%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그에 비해 인류는 끝없이 증가하고 있다. 야생동물은 인간에 의해서 멸종되고 있고 인류는 야생동물이 머물 서식지를 빼앗으면서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 객관적인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론은 멧돼지나 고라니, 유기견이 일으킨 소수의 사례를 이슈화시키면서 이들 야생동물이 사람들에게 피해를 입히고 있다고 이야기한다. 언론은 유기견이 등산객을 위협한다고 보도하고 있지만 실제로 위협을 받아온 것은 유기견을 비롯한 야생동물들이다.

언론은 유기견이 등산객을 위협한다고 보도하고 있다. 실제로 유기견이 등산객을 위협하고 있는가? 이것은 사실에 근거해서 보도를 해야 한다. 북한산의 유기견이 문제가 되고 있듯이 도심에서는 길고양이가 문제가 되고 있다. 지금은 서울시가 중성화 수술을 하여 다시 원래 살던 곳에 풀어주는 TNR로 길고양이 정책을 방향 잡고 있지만 초기에 이 길고양이에 대하여 많은 사람들이 길고양이로부터 불편함과 위협을 당했다고 민원을 넣고는 하였다. 그래서 한 때 고양이를 포획하여 살처분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것은 객관적인 사실과는 다른 주관적인 느낌 일뿐이다. 길고양이들은 사람들로부터 많은 위협을 받으며 살아왔기 때문에 사람을 두려워한다. 그리고 되도록 마주치지 않고 피하려고 한다. 어쩌다 길에서 마주치면 쏜살같이 도망가거나 어떻게 해야 하나하고 멍하니 생각을 한다. 그런데 그런 고양이를 보고 사람들 중에는 무섭게 자기를 쳐다보았다고 한다. 그것은 주관적인 생각이지 객관적인 사실이 아니다. 북한산의 유기견들 또한 마찬가지다. 북한산 유기견들은 사람들과 떨어져서 무리를 이루며 다니고 있다.


어미개는 낯선 사람이 강아지를 만지는대도 주변을 서성거리기만 하였다.

심지어는 자기의 새끼를 사람들이 건드리는데도 주변을 서성거릴 뿐이다. 그것은 이들 유기견들이 사람들이 두렵기 때문이다. 이들 유기견들은 살아오면서 사람들로 인하여 너무나 많은 상처를 받은 개들이다. 그래서 왠만하면 사람들과 마주치지 않고 살아가고 싶다. 하지만 먹고 살아야 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사람 주변을 서성거리고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많은 뉴스들이 ‘유기견들이 등산객을 위협한다’라고 쓰고 있는데 그것은 사실이 아니다. 사실은 ‘등산객들이 유기견들로부터 위협을 느꼈다’가 맞는 표현이다. 그렇기에 뉴스들은 보다 객관적으로 쓰여질 필요가 있다.

유기견은 위협적인 존재인가?

많은 뉴스들은 유기견을 위협적인 존재로 묘사하고 있다. 또 그런 사례들을 모아서 방영을 한다. 정말 유기견들은 위협적인 존재일까? 동물병원을 하면서 수천 마리의 개들을 봐왔다. 또 유기동물보호소들을 다니면서 무수히 많은 유기견들을 보았다. 이 개들은 사람에게 위협적인 존재일까 위협적이지 않을 존재일까? 방송은 개들이 유기견이 되고 들개화되어 야생화되면 사람에게 위협적인 존재가 된다고 이야기를 한다. 정말로 야생화된 개들은 사람에게 공격적이고 위협적인 존재가 되는가?

집에서 키우는 애완견들은 사람에게 위협적일까 아닐까? 얼마 전에는 사람을 무는 애완견에 대한 뉴스도 방영이 되었다. 그럼 애완견은 사람에게 위협적인가 아닌가. 결론은 처음부터 위협적이거나 위협적이지 않은 개는 없다. 다만 관계만이 있을 뿐이다. 관계는 혼자서 만들어지지 않는다. 둘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다. 동물병원을 하면서 무수히 많은 개들을 봐왔다. 애완견이라 하여 모두가 사람에게 온순한 것만은 아니다. 걔 중에는 몇 백 마리에 한 마리 꼴로 보호자를 물거나 진료수의사를 무는 경우도 있다. 그럼 그렇게 무는 개는 그 개의 유전자에 사람을 무는 유전자가 있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대부분의 개들은 보호자가 어떻게 관계를 맺고 교육을 시키고 사회화를 시켰느냐에 따라서 성격이 달라진다. 개들 중에 타고나기를 약간의 공격성이 있는 개들이 드물게 있는데 그러한 공격성을 방치하고 공격성이 강화되도록 환경을 만들었기 때문에 개들이 자라면서 공격성이 강한 개가 되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개로 진돗개가 있다. 이 진돗개는 사나운 개일까? 온순한 개일까? 많은 사람들은 진돗개는 주인만 아는 무척 사나운 개라고 생각을 한다. 실제로도 많은 진돗개들은 낯선 사람에 대하여 무척 공격적이고 사납다. 그렇다고 모든 진돗개가 사나운 것은 아니다. 진돗개들 중에는 사람들에게 친근감을 표시하고 온순한 성격의 개도 있다. 사나운 개와 사회적인 개, 이 두 개의 차이는 무엇인가? 그것은 개들을 어떻게 키웠느냐에 따라서 달라진다. 많은 진돗개들의 경우 어릴 적에 낯선 집에 분양이 되어 개집을 하나 마련해주고 목줄에 채워 묶어서 키운다. 이 강아지는 주인 외의 다른 사람이나 다른 개들을 만나거나 놀아 본 적이 없다. 묶여 있는 상태로 위협을 받는 상황이 닦쳤을 때에는 도망가지도 못하는 상태에서 스트레스를 받으며 자라다보니 커갈수록 사회성이 결여된 채 공격적으로 바뀐다. 또 진돗개를 키우는 사람들 중에는 그런 공격성을 진돗개답다며 만족스러워 한다. 이런 사회성의 결여는 비단 진돗개만의 문제가 아니다. 요즘 애완견을 키우는 사람들이 많이 늘어나고 있는데 이들 중에 개들의 사회성까지 고려하면서 개를 키우는 사람들은 드물다. 그러다 보니 많은 개들이 사회성에 문제가 있고 낯선 사람이나 낯선 개들에 대해서는 상당히 공격적으로 성장을 하게 된다. 그러한 모습들을 보며 사람들은 개들은 기본적으로 공격성을 갖고 있다고 생각을 한다. 개를 키우는 사람들조차 이러한데 개를 키우지 않는 사람들은 말할 것도 없다.

이것은 모두 사회성을 가진 개들을 보지 못하고 사회성이 결여된 개들만을 봄으로써 생겨난 결과들이다. 사람들 중에는 길고양이나 유기견에 대하여 두려움을 느끼는 이들이 적지를 않다. 그들은 길고양이나 유기견이 자신을 공격할 거라고 생각을 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사람들이 길고양이나 유기견을 끝없이 학대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아직도 보신탕을 즐기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보신탕 업자들은 애완견이고 잡종견이고 가리지 않고 길에서 보는 족족 잡아다가 보신탕용으로 팔아먹는다. 또 고양이 또한 몸에 좋다며 잡아가는 사람들도 있다. 이들 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유기견이나 길고양이들에게 돌을 던지거나 뜨거운 물을 붓는 등 위협적인 행동을 한다. 이런 행위는 어른뿐만 아니라 아이들까지도 심심풀이로 돌을 던진다.

누군가 끼얹은 뜨거운 물에 등의 피부가 모두 벗겨진 길고양이

이러한 행위를 너무 당해서 유기견이나 길고양이들은 사람을 경계하고 피한다. 그런데 사람들은 사람들이 이들 유기견이나 길고양이들을 위협하고 공격하는 것은 생각하지 않고 드물게 발생한 사례를 가지고 유기견이 사람들에게 위협적이라고 일반화한다.

유기견은 위험하고 사람을 공격할 수 있다는 그런 방송이 자주 나가다보니 사람들은 길거리에서 개를 보면 위협을 느낀다고 생각한다. 외국의 여러 나라에서 공중위생이나 여러 가지 측면에서 유기견을 관리하는 나라도 있지만 인도를 비롯하여 또 다른 나라들에서는 유기견들이 자연스럽게 다니는 풍경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또 공원에서는 고양이들이 사람들이 오가는 거에 상관하지 않고 벤치에 누워서 따뜻하게 햇빛을 쬐는 풍경을 흔히 볼 수 있다. 이들 유기견들이나 고양이들은 사람들로부터 공격을 당하거나 위협을 당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사람에 대한 경계심이 없다. 그냥 길거리의 개들과 사람들이 편하게 더불어 사는 풍경들이다.


일본의 공원에서 본 길고양이들. 고양이들은 낯선 사람을 경계하거나 도망가지 않고 편안하게 제 시간을 갖고 있었다.

방송에서는 편집되어 방영 되지 않았지만 촬영 당일 관리소 직원은 미국 디트로이트시의 사례를 들면서 앞으로 문제가 될 수 있는 것을 사전에 막아야 한다고 인터뷰 하였다. 디트로이트시 사태란 자동차 산업으로 부흥했던 디트로이트시가 자동차 산업이 붕괴되면서 많은 시민들이 도시를 떠났는데 이 때 키우던 개들을 버리고 갔다. 그 바람에 디트로이트시는 유기견 천국이 되었고 그 유기견들끼리 짝짓기도 하여 지금은 2세 3세까지 진행되면서 유기견의 수가 약 5만 마리로 추정되고 있다. 얼마 전에는 우체부가 유기견들로부터 공격을 당하는 일도 있었다고 한다. 그렇기에 그러한 사태를 사전에 예방하기 위하여 미리 유기견들을 포획하여 제거하여야 한다고 하였다.

수많은 사람들 중에는 성격이 제각각이다. 개들 또한 모두 성격이 똑같지 않다. 기본적으로 대부분의 개들이 사람에 대한 공격성이 없지만 간혹 가다가 공격성이 있는 개들이 있다. 유기견의 공격성이 문제가 된다면 그 개만 포획하는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청소년 중에 청소년 폭력 문제를 일으키는 아이들이 있다. 문제를 일으키는 아이들도 있지만 대다수의 청소년들은 선량하다. 폭력을 휘두르는 아이가 있다고 하여 모든 청소년을 폭력 청소년으로 간주하고 대해서는 안 된다. 유기견 또한 마찬가지이다. 현재 실시되고 있는 방식은 북한산 유기견이 사람을 공격한 것도 아닌데 단지 위협감을 느꼈다는 것, 그리고 미래에 개체수가 폭증할 수 있고 그 때에는 지금보다 더 야생화 되어 위험할 수 있다는 추측만으로 지금 살아 있는 생명인 유기견을 없애는 것이다. 예전에 상영되었던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 가 떠오른다. 그 영화에서는 지금 범죄를 저지르지 않았지만 미래에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있다는 것 만으로 단죄한다. 그래도 되는 것일까?

등산객 중에 유기견에게 위협감을 느꼈다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또 유기견을 전혀 위협적으로 느끼지 않았다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유기견들은 배가 고플 때 이외에는 사람에게 접근을 하지 않는다. 사람에게 많은 상처를 받은 개들이기 때문에 되도록 사람을 멀리하려고 한다. 하다못해 자기 새끼를 건드리는데도 유기견은 멀리서 서성거리기만 했을 뿐이다. 만약 유기견의 공격성이 강했다면 자기 새끼를 건드리는데 그것을 보고만 있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방송에서는 유기견의 공격성만을 강조하여 사람들에게 불안감만 높이고 있다.

누가 생태계를 파괴하는가?

다음으로 북한산 유기견을 없애야 하는 이유가 북한산 생태계를 파괴하기 때문이란다. 유기견이 북한산에 서식하는 다람쥐 같은 설치류나 새, 작은 포유류를 잡아먹음으로써 생태계를 파괴한단다. 그러면서 도입종이 토착 생물의 다양성에 큰 영향을 끼칠 수 있으므로 사전에 예방을 해야한다고 말한다.

이 유기견의 생태계 파괴에 대해서도 깊이 생각해봐야 한다. 건강한 생태계의 기본은 종의 다양성이다. 눈을 씼고 찾아보아도 네발 달린 동물을 찾아볼 수 없는 북한산이 건강한 생태계일까?? 또 멧돼지가 나오거나 유기견 몇 마리 돌아다닌다고 위협을 느꼈다며 없애야 한다고 하는 것이 건강한 생태관인가? 딱 깨놓고 말해서 북한산의 생태계를 누가 파괴하고 있는가? 북한산의 생태계를 유기견이 파괴했는가? 아니다. 명확히 말해서 북한산이나 더 나아가 전 지구적인 생태계는 인간이 파괴하고 있다. 인간의 생태계 파괴로 인하여 수많은 생명들이 힘들게 살아가거나 멸종되고 있다.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북한산 유기견 문제도 사람들이 북한산 주변의 생태계(사람이 살던 마을도 하나의 생태계다)를 파괴하면서 발생한 문제이다. 하나의 생태계는 명확한 경계를 긋고 홀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하나의 생태계는 주변 생태계와 유기적인 관계 속에서 존재한다. 북한산 생태계는 북한산 단독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주변 지역과 유기적인 관계 속에서 존재한다. 먼저 백두대간이라고 하여 우리나라의 모든 산맥은 이어져 있다. 이 산맥을 따라 많은 동물들은 계절에 따라서 이동을 했다. 하지만 곳곳의 도로 개발과 난개발등으로 인하여 백두대간은 곳곳이 끊겨져 있고 동물들은 이동통로를 상실하여 로드킬 당하거나 고립된 상태로 살아간다.

북한산 생태계는 지금 현재 북한산에 사는 동물들 뿐 아니라 이동하거나 잠시 들어왔다 나가는 동물들까지도 포함한다. 도입종이란 그러한 생태계에 포함되어 있지 않던 블루길이나 황소개구리, 가시박과 같은 종을 이야기한다. 그런데 들고양이나 길에 다니던 개들은 원래 집 주변의 산을 돌아다니는 종이었다. 문제는 북한산 주변을 난개발하면서 기존의 생태계가 파괴되어 유기견이 늘어난 것이다. 그럼 이 늘어난 북한산 유기견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가? 그것은 생태계의 파괴자나 도입종으로 볼 것이 아니라 주변 생태계의 변화로 파생되어진 하나의 변화로 봐야할 것이다. 생태계란 고정된 것이 아니라 항상 주위와의 관계 속에 변화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북한산에 유기견이 늘어난 것이 아니다. 산에는 주변의 개들이 들어올 수도 있고 나갈 수도 있다. 서울이라는 도시에서 재개발로 살던 곳에서 버림받은 개들은 갈 곳이 없다. 그래서 생을 도모하기 위하여 산 속으로 들어왔다. 예전에 사람들도 나라가 혼란스러울 때에는 목숨을 도모하기 위해 산 속으로 숨기도 했다. 산이란 그렇게 산 주변의 생명을 품어주는 공간이었다. 그런데 사람들이 지금까지 자신에게 조금이라도 위해가 될 것 같은 동물을 제거했던 것처럼 유기견 또한 제거하려는 것이다.

이제는 다른 생명과 더불어 사는 방법을 모색할 때이다

오늘날 인류의 생태계 파괴로 인하여 매년 3만 종의 생명이 사라지고 있다. 그래서 리처드 리키는 지금 우리는 제6의 멸종기를 살아가고 있다고 이야기한다. 지난 40년 동안 야생동물의 52%가 멸종되었다. 지구의 모든 생명은 유기적인 관계 속에서 서로 도우며 존재한다. 다른 생명이 없는 상태에서는 인간 또한 생존할 수 없다. 그렇기에 지금 우리는 다른 생명들 특히 다른 동물들과 어떻게 더불어 살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와 같이 더불어 산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하다못해 부모자식 간에도 그렇고 부부 사이에도 그렇고 연인 사이에도 같이 살아간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불편한 부분이 있어도 서로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배려하는 가운데 같이 살아가는 길이 보인다. 사람 사이에도 그러한데 사람과 다른 종이 같이 살아가려면 불편한 점이 있을 수밖에 없다. 상대가 불편하다고 하여 상대를 없애려고 하는 것이 바람직한 방법이 아니다.

더불어 살기 위해서는 서로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원만한 관계를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런데 우리의 다른 동물에 대한 태도는 어떠한가? 방송을 준비하면서 유기견이 사람에게 어떤 심각한 전염병을 옮길 수 있는지 또는 유기견이 야생화 되면 어떤 위험성을 갖게 되는지와 같은 것을 인터뷰 요청 받았다. 그러한 내용들이 유기견과 사람들 사이의 관계를 회복하는데 어떠한 도움이 될까? 도움은커녕 야생동물을 매우 위협적이고 위험한 생명으로 간주하게 될 것이고 더불어 살기 위한 모색보다는 어떻게 해서든지 없애버리려고 할 것이다. 그러기에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유기견은 위험하다'와 같은 방송이 아니고 다른 동물들과 더불어 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와 같은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다. 사람에 대한 공격성이 심한 개는 개별적으로 처리하면 된다. 그 이외의 개들과 사람들이 어떻게 원만한 관계를 가질 수 있는지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또 사람에게 공격성을 갖는 개도 그냥 그렇게 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어릴적부터 평상시에 사람들로부터 학대나 위협을 받았기에 사람에게 공격적인 성향이 된다. 이는 우리가 단지 유기견 뿐만 아니라 우리 주변의 개나 고양이에 대하여 어떻게 대하고 관계를 맺고 있는지 돌아봐야할 부분이다.


이날 방영된 프로그램에서는 소방대원까지 동원하여 유기견 한 마리를 포획하였다. 이 유기견은 어떻게 될까? 북한산에 설치된 포획틀에는 포획된 유기견은 원주인에게 돌려주거나 새로운 주인을 찾게 될 것이라고 쓰여져 있다. 그런데 실제는 어떠한가? 북한산의 유기견들은 키우던 사람들이 버리고 간 개들이다. 또 사람을 매우 경계하기 때문에 새로운 주인을 찾는 것도 쉽지 않다. 관리공단 직원은 포획된 유기견은 동물보호구조협회(동구협)에 보내어진다고 이야기한다. 동구협에 보내어지면 어떻게 되는가? 개를 키우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그에 따라 버려지는 유기견의 문제도 심각해졌다. 포획된 유기견들은 동구협에 보내져서 10일간 데리고 있다가 찾는 사람이 없다면 안락사 되어진다. 2013년도에 10만 마리 가량의 유기견이 발생했고 그 중 5만 마리 가량이 얼마 있지 않아 목숨을 잃었다. 북한산에서 포획된 유기견들도 그리될 가능성이 높다. 북한산에 있었다면 제 명이 다하는 날까지 살아있었을 생명이다. 그런데 포획하여 죽음을 맞게 하는 것이다. 이러한 방식으로 우리가 북한산 유기견들을 대하여야 하는 것일까? 심각하게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북한산 유기견도 하나의 소중한 생명이기 때문이다.

글을 정리하면 지금 북한산 유기견은 등산객을 위협한다거나 생태계를 파괴한다는 이유로 없애려고 하고 있다. 하지만 북한산 유기견이 등산객을 위협하는 것이 아니라 등산객 중에 위협을 받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이다. 또 그러한 불안감을 언론이 조장하고 있다. 생태계 파괴 또한 유기견이 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인간이 생태계를 파괴해 놓은 것이고 자신의 불안감을 이유로 유기견을 제거하려고 하는 것이다. 북한산 유기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가장 바람직한 방법은 유기견이 발생하지 않게 하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 발생한 유기견은 실질적인 위해를 끼치지 않았다면 변화된 환경의 모습으로 살아가도록 두는 것이다. 유기견들은 그다지 사람들에게 공격적이지 않다. 언론은 더 이상 다른 생물종을 괴물로 만들지 말아야 한다. 오히려 사람들과 유기견들이 원만한 관계를 형성할 수 있도록 역할을 해야 한다. 만약 등산객을 공격하는 등 문제가 발생한다면 그 개체에 대하여 어떠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어떤 문제가 발생할지 모른다며 모든 유기견을 제거하려고 하는 것은 행정편위주의적인 발상이다. 그리고 유기견을 포획한 후 동구협에 넘기면 내가 할 일을 다했다는 식의 방식은 책임을 회피하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동구협에 넘겨진 유기견들은 대부분 안락사 되기 때문이다. 등산객의 안전을 고려하여 꼭 유기견을 포획해야 한다면 포획한 유기견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 방안을 마련한 후에 포획해야 한다. 그 방안이라는 것은 지속적으로 돌볼 수 있는 유기견 보호소를 만들어 놓고 포획하는 것이다. 이것 저것 준비해야 할 것이 적지 않고 번거로운 일도 많다. 하지만 소중한 생명을 다루는 일이기에 그러한 번거로움을 감수해야 한다. 지금과 같이 보기에 불편하다고 잡아서 쉽게 없애버리는 방식은 벗어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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