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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수첩
 
작성자 평화와생명
작성일 2012-05-07 10:08
ㆍ조회: 1298  
혜화동 찡이의 19년 세상나들이 이야기

창 밖에 5월의 아침 햇살이 따스하다. 산들거리는 봄 바람은 갓 돋아난 나뭇잎들을 살랑거린다. 따스한 아침 햇살이 나뭇잎에 부딪히며 연한 초록빛이 더욱 빛난다. 아름다운 때다. 또 그 아름다움을 느끼는 것은 행복이다. 아름다움이나 행복은 멀리 있지 않다. 그저 우리가 느끼지 못하고 바쁘게 살고 있을 뿐.

봄 바람 같이 살랑거리며 편안하게 행복을 느끼게 하는 책을 읽었다. 책을 읽으며 최근 들어 이렇게 편안한 책을 읽은 적이 있었던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행복하고자 행복에 관한 책을 읽는데 이해 불가한 철학적이고 형이상학적이거나 학문적 책만 읽어 몸과 마음이 굳어져 있는 모습이었다. 그러다가 사람들의 행복하게 사는 모습을 그린 따스한 책을 읽고 잊고 있었던 행복을 되찾은 느낌이라고나 할까. 이 책을 읽으며 나 자신 너무 딱딱하게 굳어져 있었음을 느꼈다. 봄 햇살과 같이 따스하고 봄바람과 같이 부드럽기를 원했지만 나는 딱딱한 가죽점퍼를 입고 있었다. 나에게도 봄바람이 필요하다.

『열 아홉 살 찡이, 먼저 나이들어버린 내동생』은 저자인 김보경씨가 반려 견 찡이와 19년의 시간을 함께한 기록들이다. 김보경씨는 오마이뉴스에도 '동물과 사람이 더불어, 생명과 생명이 더불어'라는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오블에는 아주 가끔 글을 남긴다. 아마도 같이 공감할 수 있는 사람이 드물어서 이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네이버에서는 파워블로거다. 그곳에서 동물과 함께 살아가는 그의 이야기는 많은 이들의 공감을 받고 있다. 찡이의 이야기는 MBC 스페셜 <노견만세>에서 '혜화동 감나무집 찡이'로 소개도 되었다.

그가 처음부터 동물애호가는 아니었다. 그는 나름 잡지사에서 잘 나가는 기자였고 그의 아버지는 "개를 어떻게 집 안에서 ..."라고 생각하는 우리의 평범한 아버지였다. 그런데 그의 언니가 19년 전 모포에 작은 강아지를 싸가지고 집에 들어오면서 그의 식구들은 조금씩 바뀌어 갔다. 우선 아버지가 바뀌었다. 자식들이 자라는 동안은 일 때문에 바빠서 아이들과 함께 하지 못했다. 그리고 정년을 맞이하고 보니 아이들은 이미 모두 자라 있었다. 자라면서 친밀감을 갖지 못한 관계는 이후 서먹한 관계로 이어졌다. 가족들 사이에서 섬과 같이 고독한 존재 그것이 아버지였다. 그 서먹함을 풀 수 있는 방법도 딱히 없어보였다. 그런데 찡이가 들어오면서 아버지는 막내 아들 키우는 재미를 느꼈다. 또 찡이도 아버지를 따랐다. 그렇게 찡이를 매개로 하여 가족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게 되고 공감을 하면서 가족 간의 친밀함도 커져만 갔다. 또 저자는 찡이를 키우면서 느끼는 행복감으로 동물과 관련된 책을 만들겠다며 잘 나가던 잡지사를 그만 두고 일인출판사 '책공장 더불어'를 차렸다. 이후 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에게 유익한 책 십여 권을 출간하였다. 찡이가 한 사람의 삶을 바꾸고 한 가족의 관계를 변화시킨 것이다.

가족 사진을 찍었다. 대가족이 다들 바쁘다 보니 시간을 맞추기 힘들어 따로 따로 스튜디오에서 개별촬영을 한 후 포토샵으로 합성을 하였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찡이가 세마리가 됐다. 찡이는 가족들간에 윤할유같은 존재였다.

책에는 다섯 형제의 막내 아들로 들어온 찡이가 가족들과 19년간 같이 살면서 겪은 많은 이야기들이 담겨있다. 개를 키워보지 않은 사람은 느낄 수 없는 소소한 행복들이 켜켜이 담겨 있다. 찡이와 함께 사는 시간동안 형과 누나들은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았다. 갓난 애기가 들어왔을 때 찡이는 새로운 식구가 생긴 것에 대하여 당혹감을 느꼈다. 하지만 이내 식구들에게 소중한 아이인 것을 느끼고 애기의 일거수 일투족을 지켜주는 보디가드가 되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애기가 태어나면 키우던 개를 없애버리려고 혈안이 된다. 주변 사람들도 개를 없애야 한다고 이야기하고 산부인과나 소아과, 피부과를 가도 아이에게 병을 옮길 수 있으니 버리라고 한다. 외국의 어느 나라 병원도 신생아가 태어난다고 개를 갖다 버리라고 하지 않는다. 개와 아이가 같이 살기 위해 주의할 점을 조언해줄 뿐이다. 저자의 집안에도 의사 형제가 둘이나 있지만 애기들과 찡이를 같이 키웠다. 저자는 개를 키우면서 출산으로 인해 버려지는 개의 문제가 심각함을 느끼고 많은 자료를 바탕으로 『임신하면 왜 개, 고양이를 버릴까?』라는 책을 저술하기도 했다. 그렇게 어릴 적 돌봐주었던 애기들이 십몇 년의 시간이 지나 노견이 된 찡이를 돌봐주는 청년들로 자랐다. 또 동물관련 서적을 출판한 편집자답게 책의 곳곳에는 동물을 키우는 이들에게 유익한 정보들을 담고 있다.

아이의 보디가드를 하느라고 피곤한 찡이가 아이의 옆에 쓰러져 잠을 자고 있다. 자는 모습까지도 닮았다. 사랑하면 닮아가는가 보다.

저자는 찡이와 같이 살면서 그 동안 보이지 않던 것까지 보게 되었다고 한다. 그런 존재 중에 길고양이가 있다. 마당이 있는 집에는 이전에도 길고양이들이 지나다녔을 것이다. 그런데 그전에는 눈에 띄지를 않았었다. 하지만 찡이를 통해서 동물이라는 존재를 알고 나니 도시에서 사람들 틈에 힘들게 살아가는 길고양이들도 눈에 들어왔다. 그 길고양이들 위해서 밥을 챙겨 주다보니 처음에는 경계를 하던 찡이도 길고양이들에게 마음을 내주었다. 그렇게 정이 들어 방안까지 스스럼없이 들어오게 된 고양이가 대장이라는 고양이다. 대장이는 찡이가 죽는 날까지 오누이와 같이 서로 의지하며 지냈다. 그러한 동물들간의 모습을 보며 저자는 생명에 대한 생각이 깊어지게 되었고 매 순간이 자신을 변화시켜준 찡이에게 감사함을 느끼는 시간들이 되었다.

회자정리라고 했던가. 살아있는 생명은 죽기 마련이다. 찡이도 작년 9월에 이 세상에서의 짧은 소풍을 마쳤다.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이것은 살아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영원한 숙제와도 같은 것이다. 저자는 찡이가 나이가 들어가면서 노령견이 겪는 질병들을 접하게 되며 죽음이 다가오는 것을 느꼈다. 처음 찡이가 죽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저자는 혼동과 극심한 고통을 느꼈다. 하지만 그러한 고통에 빠져있기만 한다고 찡이가 언젠가 죽음을 맞게 된다는 사실이 변하는 것은 아니었다. 저자는 이에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며 또 그 슬픔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까지도 하게 된다. 그래서 그러한 고민 속에 반려동물을 잃어 슬픔에 잠긴 사람들을 위하여 『펫로스 반려동물의 죽음』을 출간하였다. 저자는 찡이와 잘 헤어지기 위해 노력했고 나중에 후회하지 않기 위해 있는 그 시간들을 행복하고자 노력하였다. 이승에서의 삶이 각자 무언가를 얻어가기 위한 여행이라면 내가 배워갈 것은 사랑이고, 죽음을 부정하지 말고 죽음에 대한 긍정을 통해서 삶을 긍정하는 마음까지도 저자는 찡이를 통해서 배웠다고 한다.

어릴적부터 마당에는 개가 있었다. 그리고 오랜 동안 동물병원을 하면서 몇 마리의 개들을 키웠다. 주로 누군가 버렸거나 혹은 어떻게 하다 보니 같이 살게 된 개들이었다. 그 개들은 이런 저런 이유로 죽어서 나의 곁을 떠나갔다. 그리고 지금은 개 한 마리와 고양이 두 마리가 같이 살고 있다. 그렇게 오랫동안 개들과 같이 살았지만 개들과 깊은 감정을 주고 받지는 않은 것 같다. 워낙에 무심했는지 혹은 죽어가는 개들을 많이 보다보니 무심해졌는지는 알 수가 없다. 그냥 곁에 살다가 언제가 때가 되면 떠날 아이들이라고 생각하며 같이 살고 있는 존재들이었다. 저자는 찡이와 보낸 소소한 시간들 속에서 많은 행복을 느꼈고 그 행복을 느낄 수 있도록 해준 찡에게 감사의 마음을 표시했다. 책을 읽으며 행복이란 외적으로 주어지는 조건이 아니라 자신이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을 다시 느끼게 된다. 작은 것에서도 행복해할 수 있고 감사함을 느낄 수 있는 저자는 행복한 사람이다. 그러한 모습을 책을 통해보는 내내 행복했다. 슬픔이 전염되듯이 행복도 전염된다고나 할까. 작은 행복을 생각해본다. 잊고 지내던 작은 행복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게 해준 저자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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