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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수첩
 
작성자 평화와생명
작성일 2013-01-18 11:59
ㆍ조회: 1607  
길고양이 별이 이야기, 그 이후

길고양이 별이를 기억하십니까?  (길고양이 별이 이야기 보러 가기)

길고양이 별이는 터키쉬 앙고라 종류로 지난 해 9월 어느 아주머니가 주차장에서 비틀거리며 따라와서 밥을 주니 밥을 전혀 먹지 않아 어디가 이상이 있는가 하여 동물병원에 데리고 왔던 고양이입니다. 처음에는 너무 먹지 못해서 영양 상태가 좋지 않아 일어나지도 못하고 일어나도 비틀거리면서 걷는 줄 알고 영양주사를 맞췄습니다. 그리고 나니 이틀 정도 지나면서 먹이를 먹기 시작하였고 하루 이틀 지나면서 몸의 상태가 조금 좋아졌는지 일어나서 조금씩 걸으려고 하였습니다.

한 쪽 눈을 게슴츠레하고 뜨고 머리를 갸우뚱하고 있는 별이

별이는 사람을 잘 따라서 부비부비를 잘 했습니다.

그런데 이 때 이상한 증상이 보였습니다. 그것은 머리를 한쪽으로 갸우뚱한 상태에서 걷는데 걸음걸이가 한쪽으로 치우치는 것이었습니다. 처음 동물병원에 올 때에는 영양상태가 좋지 못해서 걷지 못하고 겨우 일어나서 걸어도 비틀거리는 줄 알았는데 몸을 추스르면서도 그런 증상이 지속되었습니다. 이것은 전형적인 신경계 쪽에 이상이 있을 때 보이는 증상입니다.

여기에서 문제가 심각해지는 것이었습니다. 단순히 영양상태가 좋지 않다거나 설사를 하는 등의 문제는 적절한 치료를 하면 되지만 신경계 쪽의 문제는 동물 또한 보다 정밀한 진단을 필요로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최소한 MRI나 CT 촬영을 해야 합니다. 사람도 그렇지만 그런 정밀 방사선 검사는 검사비용이 많이 들어갑니다. 동물은 그런 검사를 하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에 검사비용이 조금 더 들어갑니다. 그런데 별이는 주인이 없이 길에서 돌아다니던 고양이였습니다. 동물병원에 데려온 아주머니도 주차장에서 비틀거리는 것이 불쌍해서 데려온 것뿐인데 그 비싼 검사비를 부담하기에는 너무 부담스러운 것이었습니다.

이 때 동물보호시민단체 KARA에서 검사비를 지원해주기로 하였습니다. 100만원 가까운 검사비는 결코 적은 금액이 아닙니다. 바깥에서 보기에 동물보호단체라고 하면 규모도 크고 자금도 여유로울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동물보호단체들은 후원해주는 시민들이 5천원씩 만원씩 후원해주는 후원금으로 빠듯한 살림을 하고 있습니다. 또 버림을 받거나 열악한 상태에 있는 사설보호소 등이 많은 우리나라 상황에서 이곳저곳 지원을 해주다보면 살림살이는 항상 빠듯한 상태로 돌아갑니다. 그런 상황에서 고양이 한 마리에 100만원 가까운 지원은 적지 않은 금액입니다.

그렇게 하여 별이는 2차 진료 동물병원에 가서 MRI검사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검사결과 별이는 심한 중이염을 앓고 있는 상태였습니다. 그래서 고개도 갸우뚱한 상태로 한쪽으로 치우친 걸음걸이를 했던 것입니다. 원인을 알고 나니 또 다른 문제가 생겼습니다. 걸음걸이가 중이염 때문에 생긴 것이라는 원인을 알았는데 그것을 그냥 둘 수는 없는 문제였습니다. 중이염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수술을 포함한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합니다. 여기서 또 치료 비용의 문제가 발생합니다. 이 수술을 포함한 치료비 또한 적지 않은 금액입니다. 그래서 치료를 계속할 것인가 하는 부분과 치료를 하면 치료비는 어떻게 할 것인가하는 문제가 생겼습니다. 이 때 아주머니가 별이의 치료에 열의를 보이셨고 그리하여 KARA와 구조해주신 아주머니가 치료비를 같이 부담하기로 하고 치료를 하기로 하였습니다.

그리하여 별이는 2차 진료 동물병원에서 수술을 포함한 치료를 받기로 하였습니다. 그런데 2차 진료 동물병원에서 별이를 위하여 더 좋은 치료방법이 있을지 모르겠다며 서울대 동물병원에서 진료를 받아보기를 권하였습니다. 중이염과 관련된 외과수술은 자칫 잘못되면 신경의 손상을 유발하여 영구적인 장애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래서 별이는 서울대학교 동물병원에 가서 상담을 받고 우선 주사와 약물로 치료를 하면서 병세를 지켜보기로 하였습니다.

그런데 또 여기서 문제는 별이를 서울대 동물병원까지 치료를 받기 위하여 데리고 갔다 왔다하는 것이 문제였습니다. 성동구에서 서울대 동물병원이 있는 곳까지는 은근히 먼 거리이기 때문에 한 시간이 훌쩍 넘습니다. 길이라도 막히면 한 시간 반 정도 걸립니다. 그 가깝지 않은 곳을 어떻게 데리고 다닐 것인가. 주차장에서 구조를 하신 아주머니도 개인 사업을 하시는 분이셨기 때문에 너무 바빴습니다. 그렇기에 왔다 갔다 최소한 세 시간 이상의 시간을 내기에는 많이 부담스러웠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시간이 많이 걸림에도 아주머니께서 몇 차례에 걸쳐서 별이를 데리고 서울대 동물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고 왔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서 별이는 차츰 차츰 증세가 호전되고 또 좋은 분을 만나서 입양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두달 여 만에 별이를 입양해가신 분이 별이를 데리고 용품을 구입하기 위하여 동물병원에 내원을 하였습니다. 별이의 모습은 너무나 달라져 있었습니다. 입양 갈 당시만 해도 한쪽 눈이 약간 게슴츠레 뜨고 있었고 왠지 심리적인 상태도 위축되어 있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런데 두달 만에 본 별이는 활짝 피어난 백합꽃과 같았습니다. 게슴츠레하게 뜨고 있던 동공도 훨씬 커졌고 눈빛은 반짝거리는 보석 오팔 같았습니다.

너무나 예뻐진 별이의 모습을 보며 처음 동물병원에 왔을 때 별이의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주차장에서 돌아다니며 얻어먹지도 못해 털은 흙투성이었고 비쩍 마른 상태에 걷지도 못하고 비틀거리는 상태였습니다. 아마도 아주머니가 구조하지 않았다면 별이는 그렇게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이 세상을 떠나갔을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아주머니는 자기가 키우던 고양이도 아니고 또 바쁘신데도 불구하고 동물병원을 데리고 다니셨습니다. 또 별이를 완쾌시켜야 한다는 열의를 보여서 다른 이들의 호의를 이끌어내었습니다. 그리고 동물보호단체 KARA를 비롯하여 여러 동물병원들과 입양을 해주신 분의 도움 또한 적지 않았습니다. 그리하여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죽어갔을지도 모르는 길고양이 한 마리는 치료를 받을 수 있었고 몇 달이 지나고 백합과 같이 예쁜 모습으로 피어났습니다.

사람들은 요즘 세상은 너무나 메마르고 각박하다고 이야기를 합니다. 그 이야기가 틀린 것 같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별이와 같은 경우를 보면 사람들의 마음 속에는 여전히 아픈 생명에 대한 연민이 살아 있음을 느끼게 됩니다. 너무 예뻐져서 몸에서 빛이 나는 것처럼 보이는 별이를 보며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됩니다. 그리고 별이를 돌봐주었던 여러분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느끼게 됩니다. 살면서 느끼는 것은 ‘누군가에게 감사한 마음을 느낄 수 있게 되는 것’ 이것이 정말로 감사하고 행복한 일이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별이를 도와주신 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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