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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수첩
 
작성자 평화와생명
작성일 2013-04-18 12:14
ㆍ조회: 1501  
세상의 빛을 보지 못하는 새끼고양이들을 위하여
지구에 사는 생명은 공생명입니다. 어느 생명도 홀로 존재할 수 없습니다. 지금 존재하는 모든 생명은 오랜 생명의 역사를 거쳐서 상호 작용을 하며 함께 진화를 해온 진화의 형제들입니다. 그래서 생명을 공진화한 공생명이라고도 합니다. 이러한 생명들 사이에는 고등동물이나 하등동물과 같은 차이는 없습니다. 단지 각 생명의 생활여건에 따라서 다양한 형태로 진화를 했을 뿐입니다. 그러한 생명들을 고등동물이나 하등동물과 같이 구분짓는 것은 그저 자기우월적인 인간의 욕심일 뿐입니다.
 
오랜 생명의 역사를 거쳐서 생명이 공진화하여 오늘에 이르렀듯이 앞으로도 생명은 더불어 사는 삶을 살아야할 것입니다. 그래야만 생명의 순환 속에 모든 생명들이 존재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러한 더불어 살아야 할 생명들에 대하여 인간은 자기중심적으로 판단하고 눈앞에 이익에 급급하여 다른 생명들을 마구 대합니다. 그리하여 지구상의 모든 동물들은 인간의 수단으로 전락하고 맙니다. 또 그들의 생존의 공간에서 모두 쫓겨납니다.
 
지구라는 별은 인간만을 위해서 존재하는 별이 아닙니다. 지구는 모든 생명이 더불어 사는 공간이고 각 생명에게 있어서 자기의 생명을 유지하기 위한 공간을 점유하는 것은 당연한 생명의 권리입니다. 그 권리는 인간의 판단에 의해서 주어지거나 혹은 말거나 할 수 있는 성질이 아닙니다. 인간에게는 그런 권리가 없습니다.
 
그런데 인간은 그들이 점유하는 공간에서 모든 동물을 몰아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아주 소수의 동물들만이 인간의 틈바구니 속에서 겨우 생명을 연명하고 있습니다. 그 중에 하나로 도시의 고양이들이 있습니다.
 
인간과 함께 도시에서 살아가는 고양이들의 삶은 결코 녹녹치가 않습니다. 끊임없이 온갖 인간의 위협 속에서 살아갑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발정이 난 고양이들의 울음소리가 듣기 싫다거나 쓰레기 봉지를 뜯는다고 각 지자체에 민원을 넣으면 고양이들을 잡아다가 안락사라는 이름으로 죽였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조금 나아져서 죽이지는 않고 TNR이라고 하여 포획을 한 후(trap) 더 이상 번식을 하지 못하도록 불임수술을 시켜서(neuter) 다시 풀어줍니다(return). 그것은 어느 장소에 있던 고양이를 잡아서 죽여 봤자 그 빈 공간을 차지하기 위하여 다른 고양이가 들어오기 때문입니다. 이것을 진공효과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 TNR을 진행하면서 함께 심각하게 고민해볼 부분이 있습니다.
TNR은 추운 겨울에는 진행하지 않고 날이 따스한 때에만 진행됩니다. 추운 겨울에 불임수술을 한 후 고양이를 방사하는 경우 다시 환경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고 죽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이제 날이 따스해지면서 TNR 사업이 시작되었습니다. 며칠 전에 저희 동물병원에 고양이 네 마리가 포획되어 왔습니다.
 
포획되어 온 길고양이들


 
 
포획된 고양이들은 매우 긴장된 상태에 있기 때문에 성별을 구분하는 것과 같은 간단한 진료조차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일단은 힘들게 마취를 하고 진료를 시작합니다. 이번에 들어온 고양이는 수컷이 한 마리이고 암컷이 세 마리입니다. 암컷을 초음파검사해보니 그 중에 한 마리가 임신을 했습니다. 뱃속 새끼의 심장 크기가 16mm나 됩니다. 태어날 때가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X-ray촬영을 해보니 커다란 새끼가 5마리나 뱃속에 들어 있었습니다.
 
뱃속 새끼고양이의 심장이 16mm나 됩니다. 얼마 있지 않아 세상에 나올 생명입니다.
뱃속에 5마리의 새끼고양이 골격이 보입니다.
 
임신한 고양이는 놔두고 다른 고양이들은 중성화수술을 하였습니다.
 
그리고 이튿날 오전 임신한 고양이는 새끼를 낳기 시작했습니다. 원래 낳을 때가 되어서인지 아니면 스트레스 때문에 조금 일찍 낳는 것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고양이는 오전 동안 건강한 네 마리의 새끼를 낳았습니다. 그리고 한 마리는 양막을 벗기지 않아서 죽었습니다. 갇혀 있는 상태에서 새끼를 낳다보니 스트레스를 받고 있어서 새끼를 잘 돌보지 못한 것 같습니다.
사람을 경계하고 있는 어미고양이
 
어미고양이와 새끼고양이들을 그대로 포획했던 곳으로 돌려보낸다면 새끼고양이들이 제대로 살 수 있을지 매우 걱정스러운 상황입니다. 그래서 동물보호시민단체 KARA에서 급수소문을 하여 어미고양이와 새끼고양이를 돌봐줄 임시보호자를 구하여 어미고양이와 새끼고양이들을 보냈습니다.
 
고양이는 번식력이 강합니다. 그래서 TNR을 하기 위하여 포획되어 오는 고양이를 보면 암컷 중에 많을 때에는 80% 이상이 적을 때에는 40% 이상이 임신을 한 상태입니다. 그 임신한 태아의 상태는 아주 작은 경우에서부터 이번 경우처럼 낳기 직전인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대부분의 임신한 고양이들 또한 TNR의 대상이 되어 태아가 담겨있는 자궁을 통째로 제거됩니다. 태아가 어느 정도 큰 경우에 이렇게 제거된 자궁을 보고 있으면 자궁 속의 태아가 꿈틀거리면서 자궁이 꿈틀거립니다. 어미의 몸에서 떨어져 나온 자궁의 태아는 그렇게 서서히 죽음을 맞습니다. 매년 수많은 자궁 속의 애기고양이들이 이렇게 죽음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 대하여 많은 사람들은 어쩔 수 없는 것이 아니냐고 할지 모릅니다. 아니면 다른 해결방법이 있냐고 반문할지도 모릅니다. 제가 이 글을 쓰는 이유는 당장 어떤 해결방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요구하기 위한 것이 아닙니다. 그 이전에 우리 인간들이 다른 생명을 이렇게 다루어도 되는 것인지 묻고 싶을 뿐입니다. 우리가 다른 생명을 이런 방식으로 다루어도 되는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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